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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이야기

CEO와 트위터

도대체 트위터가 뭐야? 라고 묻는 분들은 이젠 없습니다. 대신, 트위터 해야 하는 거야? 라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하거나 말거나는 CEO의 마음이니까요. 대신 질문 하나 드려야겠습니다. 트위터는 왜 하시려는 건가요?

얼마 전 국내 트위터 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이 수치가 정확한지 아닌지는 트위터 본사에서나 알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100만이든 10만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처음 만나 인사하면서 트위터 아이디 있으세요? 라고 묻는 사람이 늘었고 그 때문에 명함에 트위터 주소를 넣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겁니다. 명함에 트위터 주소를 넣는다는 것은 트위터가 대중적인 의사소통의 한 방법이 되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건 평범한 개인에게 해당하는 얘기일 겁니다. 물론 CEO 역시 평범한 개인 자격으로 자신의 일상을 트위터에 지저귀고, 팔로워들과 멘션(트위터에서 주고 받는 대화)을 주고받으며 수다를 떨 수 있습니다. 그러나 CEO는 기업을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CEO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CEO의 이미지는 기업의 이미지와 연결되고 CEO가 트위터에서 한 얘기들은 뉴스가 되어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립니다.  

트위터 하는 CEO로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 단연 두산인프라코어의 박용만 회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분은 트위터를 통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최신 제품 개봉기를 올려 얼리 어답터의 일면을 보이는 한편, 지극히 평범한 말투로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남기면서 대기업 회장의 일상 생활이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줬습니다. 팔로워의 아픈 아들에게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착기 모형을 선물해 감동도 줬고 팔로워와 가벼운 수다를 떨며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도 남겼습니다. 덕분에 2010년 8월 기준으로 무려 6만 5,000명이 그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 CEO라는 까닭에 그가 남긴 트위터는 때론 뉴스가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기업이나 그룹에 불만 가득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했습니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수많은 얘기가 아마도 그에게 전해졌을 겁니다. 기분 좋은 얘기도 있었을 테고, 반면 불쾌한 얘기도 얼마든지 있었겠지요. 

그래서 CEO에게 트위터는 손잡이가 없는 칼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대중에게 편안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전달해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기업의 이야기를 직접 대중에게 전달하면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겠지만, 대신 듣지 않아도 될 이야기까지 듣는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CEO의 말 한 마디가 왜곡되어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기업의 규모가 크든 작든, 그 기업이 얼마나 유명하던 그렇지 않던, CEO의 이미지는 기업 전체의 이미지와 연결됩니다. 따라서 CEO가 트위터에서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말하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산업 트렌드를 전하던, 아니면 기업의 목소리를 고객에게 직접 말하던, 대중은 CEO의 이미지와 기업의 이미지를 같이 생각합니다. 

트위터를 하기로 생각한다면 CEO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처음부터 계획을 세우고 치밀하게 시작할 수도 있겠고, 그냥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겠습니다. CEO마다 스타일이 다를 테니 어떤 걸 하나 꼭 집어서 이게 정답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CEO가 트위터를 개설하면 고객과 직원을 포함한 대중의 관심이 모일 테고 대중은 CEO의 반응을 기다릴 겁니다. CEO의 반응이 이미지를 만들 테니, 반응할 준비나 생각이 없다면 트위터를 잠시 잊으셔도 되겠습니다. 

자, 이제 반응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그럼 이제 트위터를 시작하셔도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적응하다 보면 어느 틈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CEO의 트위터, 그 출발에 박수를 보냅니다. <T bizpoint>